사라진 '250원 바나나'…'2000원' 코스트코 핫도그는 무사할까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입력 2024-03-26 10:47   수정 2024-03-26 11:2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스가 20년 넘게 유지했던 낱개 바나나의 가격을 20% 올렸다. 기후 변화로 바나나 작황에 문제가 생기면서 국제 바나나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상징적인 제품의 가격까지 조정할 정도로 트레이더 조스가 고물가에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나나 가격 19센트→23센트
25일(현지시간) CNN, CNBC 등에 따르면 트레이더 조스는 최근 낱개 바나나 가격을 개당 19센트에서 23센트로 상향 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원가가 변동할 때만 가격을 조정한다”며 “지난 20년 이상 바나나 가격을 개당 19센트로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제 가격에 변화를 줄 시점에 다다랐다”고 CNN에 전했다.


트레이더 조스는 2001년부터 바나나를 개별 판매하기 시작했다. 댄 베인 트레이더 조스 전 CEO는 2018년 팟캐스트 ‘인사이드 트레이더 조스’에 출연해 비화를 밝혔다. 트레이더 조스에서 바나나를 파운드 단위로 판매하던 시절, 그는 한 나이 든 고객이 바나나 송이를 보기만 하고 구매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 베인 CEO가 그 고객에게 “왜 한 송이를 사지 않느냐”고 묻자, 고객은 “미안합니다. 제가 네 번째 바나나까지는 못 먹을지도 모르거든요.”라고 답했다.

이튿날부터 베인은 바나나를 낱개 단위로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개당 19센트짜리 낱개 바나나는 트레이더 조스의 대표 상품이 됐다. 지금까지도 트레이더 조스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농산물로 꼽힌다. 소비자들을 트레이더 조스로 이끄는 미끼 상품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판매한다’는 트레이더 조스의 컨셉과도 들어맞았다.
○미끼 상품으로 고객 유치하는 유통사
지난 20여년간 유지해 온 정책을 바꿀 정도로 트레이더 조스는 더 이상 수익 악화를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나나는 지난해 소매점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저렴한 과일에 속한다. 미국 노동 통계국 집계 결과 미국 바나나의 평균 가격은 최근 1년(2023년 2월~올해 2월)간 파운드당 62~64센트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CNN은 “바나나 가격이 변하지 않은 이유는 식료품점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했고, 바나나가 로스 리더(고객을 유인하고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품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할인 체인점 코스트코 역시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1985년 이후 핫도그 세트의 가격을 1.5달러로 고정했다. 전 세계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가격을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 2022년 푸드코트 메뉴 치킨 베이크(2.99달러→3.99달러)와 20온스 탄산음료 가격(59센트→69센트)은 올렸는데도 핫도그 세트 가격은 건드리지 않았다.

리처드 갤런티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2년 실적발표에서 “핫도그와 탄산음료 세트를 ‘영원히’ 1.5달러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핫도그 세트로 수익을 올릴 생각을 하기보다는, 핫도그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신 고객을 끌어모아 다른 부문에서 수익을 충당하면 된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이상기후에 생산비용 증가까지
코로나19 발발을 기점으로 매년 식품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공급망 혼란, 이상 기후, 에너지 가격 상승, 인건비 등 여러 요인이 겹쳤다. 바나나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세계바나나포럼(WBF)에서는 관련 문제가 제기됐다.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WBF 수석 이코노미스트 파스칼 리우는 “기후 변화는 실제로 바나나 산업에 엄청난 위협”이라며 바나나는 온도 상승에 민감해 일부 지역에서는 작물이 전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바나나 생산지에서 유행 중인 파나마병도 이상기후 때문에 확산 정도가 극심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파나마병을 유발하는 곰팡이 ‘푸사리움 TR4’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푸사리움 TR4 홍수나 강한 바람에도 퍼질 수 있어 전염력이 강하다.


바나나 생산 비용 역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비료, 에너지, 운송비용은 물론 농장들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제 바나나 가격은 2012년부터 10년간 미터톤당 1100~1200달러를 유지하다가 2023년 초 168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2월 기준 1579달러에 거래됐다.


한경제 기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